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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 From Abby

오감으로 책을 만나는 법, 낭독

by Abigail 2021. 2. 16.

 

 

학부 3학년때, 퓰리처상을 수상한 학과장이자 교수님이 하시는 수업의 첫시간이 아직도 조각조각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쓰는가"에 대해 짧게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시면서 본인이 쓴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을 강조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글'이 얼마나 멋들어지게 쓰여졌느냐를 떠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들 중 하나라는 본질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연결이라고 하셨습니다. 내 생각을 글로 옮기게 되는 과정에서 자주 우리는 길을 잃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쓰는 말이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을 취하고 있느냐를 확인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스스로의 글을 반드시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시각에만 의존했던 것에서 벗어나 시각, 청각 두가지로 대상을 넓히면 사각지대에 있던 것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고 하셨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방법이지만 이 방법을 통해 전 많은 글쓰기 과제를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합니다. 컴퓨터 스크린에 코박고 봤을때에는 내 능력으로는 더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문장이었는데, 소리내서 두세번 읽으니 마법처럼 어색하고 거친 부분이 귓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쓰기와 읽기는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읽기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잘 쓰는 것이라는 기본 원리를 반복해서 깨닫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조금 어려운(?) 책을 읽고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 by Stephen Hawking)'입니다. 이 책은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읽어도 썩 괜찮은, 잘 쓰여진 과학도서 클래식으로 꼽히지요. 그러나 학부때 이후로 제대로 된 과학 공부라고는 해보지 못한 제가 읽으려니 머리가 핑-돌았습니다. Jargon이 없거나 매우 적은 일상적인 언어로 차분하게 쓰여진 나레이티브였지만, 이 책이 다루는 주제가 제게는 오랜시간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어서요. 이러다보니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비교적 느립니다. 

 

그러다가 소리내어 읽는 것, '낭독'을 기억했습니다. 낭독을 하면서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웬걸요? 조금은 부드럽게 읽히고 이해되는 것 같더라고요. 신기해서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았어요. 낭독의 효과에 대해서요.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정보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면 구절의 리듬이나 템포가 몸에 스며들면서 신체에 활력을 준다. 시각으로만 기억하는 묵독(默讀)에 소리를 듣는 청각의 기관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책의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또한 낭독은 입을 통해 몸으로 전해지는 일련의 활동이기 때문에 운동효과도 있다고 한다. 측정 결과에 낭독이 전두엽을 활성화시켜 기억력이 20% 향상됐고, 뇌가 평소보다 활발해졌다는 최상한 박사의 실험도 있다. 

음독을 해보면 글의 어법이나 문법을 점검해 볼 수 있다. 글을 읽다가 문장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건 분명 문법이 잘못됐을 확률이 크다. 운율이 살아있어 읽기가 편하다면 그것은 잘 쓰여진 글이다. 낭독은 주의력이 높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읽다가 빠트릴 수 있는 문장도 지나치지 않고 기억하게 된다. 30년간 음악교육과 학습 관계 등을 연구해 온 청각 신경학자 니나 크라우스는 소리를 해석하는 능력이 좋을 수록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도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청각 능력이 독서 능력, 외국어 능력, 언어 능력, 나아가 인지 능력과도 이어진다는 뜻이다. 

출처: 공병훈 교수 / 뉴스페이퍼 (http://www.news-paper.co.kr)

 

 

큰 소리로 읽게 되면 언어중추가 있는 측두엽 상부가 많이 움직이게 되고, 고위정신기능과 사고창의적 기능, 인식 기능을 하는 전두엽 하부가 활성화 되고, 맨 위에 있는 운동중추도 많이 움직이게 된다. 일정한 소리를 내면서 책을 읽게 되면, 뇌의 더 많은 영역이 움직이면서 뇌발달에 더 유익하다.

서유헌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장) / 출처: 티비조선 

 

 

저는 디폴트값으로 낭독보다 묵독이 익숙합니다. 현대사회에서 낭독은 보기 힘든 문화의 형태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오감을 통해 좀 더 세밀하고 날카롭게 책과 교류하기 위해서 제 입을 여는 버릇을 들여야겠어요.

오디오북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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