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국어인 한국어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에게 일종의 '과제'처럼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졸업 후 얼마 되지 않아 한국땅을 떴기 때문에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힘들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어요.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북미에서 나왔기 때문에 밝은 낮에 친구와 길을 걸으면서 나눌 수 있는 수다가 아닌, 해가 진 후, 차가운 음료수를 앞에 두고 어쩌면 조금 날카롭고 provocative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은 영어가 더 편하거든요. 이민 1.5세, 네이티브 스피커도 아니면서 이러한 '애매함'에서 오는 여러가지 특징들은, 어차피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근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니 영어, 한국어 두 언어로 책을 자유롭게 읽는 것으로 내 그릇을 키워보자,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책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해외에 살고 있지만 이곳 공립 도서관에 가면 좀 연식이 나가는 책일 지언정, 종종 한인분들이 기부하신 한국어로 쓰여진 책들이 있더라구요.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의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작은 책꽂이 안에 꽂혀있는 한국어 책들을 살펴보는 것이 참 좋았어요.
저는 김영하 작가님에 대해선 한국의 티비프로, '알뜰신잡'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쓰신 책의 제목들을 살펴보니, 한 번도 읽지는 않았어도 눈에 익은 것들이 많더라구요. 영화로 개봉된 작품도 있었구요.
토론토 도서관에 김영하 작가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한국어로도, 영어 번역본으로 있길래 바로 빌려서 2틀만에 두 책을 다 읽었었어요. '살인자의 기억법' 책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야기여서 '한국에선 최종학력이 중졸이 전부인 내가 못 읽는 어려운 이야기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은 금방 사라졌어요. 짧고 단정한 서사에 영어 번역본도 잘 쓰여졌더라구요.
어떤 책이든 간에 그 책이 쓰여진 원어의 원서로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 마다 언어를 배워가며 읽을 수는 없으니 좋은 '번역'의 힘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보니 '살인자의 기억법' 이외에도 많은 수의 책들이 영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알뜰신잡에서 매력 뿜뿜하시던 작가님의 작품들이 이렇게 북미 마켓에서도 팔린다고 하니 왠지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영어로 번역된 김영하 작가님의 한글 소설들을 소개합니다:
QUIZ SHOW
퀴즈쇼 (2007)
Your Republic Is Calling You
빛의 제국 (2006): <제22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Black Flower
검은 꽃 (2003): <제35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Diary of a Murderer: And Other Stories
살인자의 기억법 (2013)
I Hear Your Voice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2)
I Have the Right to Destroy Myself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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