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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서재: Non-fiction

[영어원서리뷰, 서평] The Way of Letting Go: 학교에 다녀오겠다던 딸이 죽었다. 말콤 글래드웰 추천

by Abigail 2020. 12. 10.

The Way of Letting Go by Wilma Derksen


 

(포스팅 작성일 기준) 한국 번역본 없음

카테고리: 자서전, 신앙도서

Goodreads 별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4.31/5, 리뷰 29개 

Amazon.com 별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4.5/5, 리뷰 89개

 

 


 

 

 

1984년 11월 30일.

캐나다 마니토바 주의 대도시 위니펙.

13살의 소녀 캔디스 더크슨(Candace Derksen)이 하교길 도중에 실종됐다. 

 

결국 그 소녀는 기어코 해를 넘겨 사라진 지 7주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불과 집에서 2블럭정도 떨어진 폐가(shack)에서 손과 발이 묶인 채였다. 부검 결과 사망의 직접 사인은 동사(hypothermia).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 사건이 벌어진지 22년이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사건의 가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전과기록이 있는 마크 에드워드 그랜트(Mark Edward Grant)의 흔적을 소녀를 묶고 있던 로프에서 발견했다. 2011년이 되어서야 그는 재판을 통해 25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티핑포인트, 다윗과 골리앗,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 아웃라이어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책의 앞쪽에 실린 소개사(introduction)를 썼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바로 이 비극적 스토리의 주인공인 캔디스양의 어머니, 윌마 더크슨 (Wilma Derksen)여사다.

그녀는 크리스챤이기에 책의 곳곳에 성경말씀을 더하면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신앙도서라고 섵불리 구분하기는 싫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정의, 치유, 용서함' 등의 묵직한 주제들은 우리의 종교가 어떻든, 우리가 신을 믿던 믿지 않던, 우리  짊어지고 있는 어려운 인생의 숙제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드는 '비극'들 앞에서 말콤 글래드웰 그 역시 좌절할 수 밖에 없었노라 고백한다. 하지만 이 책, 윌마의 이야기는 그에게 한줄기의 희망을 선사했다면서. 

 

Is that the way the world works? Does tragedy inevitably lead to greater tragedy? I found the thought devastating. Wilma's experience offered a ray of hope. 

 

이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인가요? 비극은 필연적으로 더 큰 비극을 낳는 것일까요? 이런 생각들은 굉장히 파괴적으로 다가옵니다. 윌마의 경험은 한줄기의 희망을 비춰줍니다. 

 

 


 

이 책의 주제는 책의 제목과 같이 'Letting Go'라는 표어 아래 전개된다. 한국말로 옮기자면 '내려놓음'정도 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내려놓음'이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하는 내려놓음이 아니다. 많은 눈물과 고민과 연구와 공부 끝에 발견한 '정답'.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인생의 부분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그것들이 내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지 않도록,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나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그리고 (절대 쉽지 않지만) 그 비극적인 경험으로 인해 한겹 더 단단하고 빛날 수 있도록, 넘어진 상태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후들거리며 상처나 절뚝대는 다리에 다시 힘을 주고 툭툭 털며 일어나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 

 

이 책을 쓴 윌마는 자신의 딸의 살인사건이 몰고온 엄청난 후폭풍을 견디며 악착같이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잠깐이지만 직업을 아예 바꿔보기도 했고 비행기를 타고 타국에서 열리는 관련 학회에도 참석했으며 서포트 그룹의 임원으로 교도소에 스페셜 게스트 스피커로 서기도 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었을 때도 아니라서 도서관에서 하나하나 손수 책을 뒤지고 발품을 팔아 전문가들을 만났어야 했다. 그래도 악착같았다. 질 수 없었다. 인생이 할퀴고 간 커다란 시련 아래에서 그대로 가라앉기에는 남은 두 아이들과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지켜내야만 할 자신의 인생이 있었다.

 

 

"Letting Go"로 시작되는 책의 소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 Letting Go of the Happy Ending

- Letting Go of Fear

- Letting Go of My Grief

- Letting Go of My Ego

- Letting Go of My Narrow Faith

- Letting Go of the Old Me

- Letting Go of My Expectation That Life is Fair

- Letting Go of My Guilt and Blame

- Letting Go of My Need to Know

- Letting Go of My Rage

- Letting Go of My Obsession with the Offender

- Letting Go of My Justice Fantasy

- Letting Go of Easy Resolutions

- Letting Go of My Self-Pity

- Letting Go of Closure

 

 

 


 

 

13살 캔디스양은 더크슨 부부의 첫딸이었다. 길고양이를 살뜰히 보살피고 엄마에게 상냥한 예쁜 딸이었다. 

 

 

 

Letting Go of My Grief

 

When we have unresolved grief, we have unresolved emptiness in our lives and a loss that can show itself in expressions of anger, compulsive hoarding, incessant talking, and such. We get stuck in the past.

 

해결되지 못한 슬픔, 비탄은 인생을 뒤틀리게 만든다.

 

인생을 쪼-끔 살아보니 정말 그렇더라. 해결되지 않은 큰 덩어리의 감정들은 어떻게든 수면위로 떠오른다. 가만히 놔둔다고 풀어지는 것들이 아니야. 

 

 

We first must accept the reality of the loss. Then we need to work through the grief and feel the pain. After that, we need to adjust the environment around us to reflect the loss. We need to learn to live without the person we've lost. Finally, it is helpful to find creative ways to keep their memory alive while letting it go.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잃은 사람은 되돌아 오지 않으므로. 그가 떠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 

 

 

 

As victims, our natural impulse is to run away from the vulnerability of grieving. It is especially hard to grieve in the presence of a manacing enemy. However, if we don't enter into this vulnerability, we will be missing out on a profound opportunity to renew our spiritual connection to others. 

 

아이러니하게도 나약함(vulnerability)이 가지는 특유의 힘이 있다. 강해야만 해, 너의 약한 것을 남들에게 보여선 안돼, 라고 가르치는 세상속에서 나의 나약함을 들어내 보이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을 나 또한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배웠다. 서로의 약함을 보일 수 있는 용기, 진실됨.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욱 더 깊어질 수 있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례라면, 약함은 더이상 약한 것만은 아닌거지.

 

 


Letting Go of My Justice Fantasy

 

어느 나라이던, 어느 기관이던 완벽한 '시스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인간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 역시 애초부터 완벽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딸이 실종이 된 순간부터 가족들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폭풍우 한가운데에 던져졌다. 통계적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이 가족이거나 가까운 지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캔디스가 사라진 그 당일부터 경찰들과 사법 시스템 관련자들은 가족들을 의심하고 조사했다. 심지어 실종당한 당일날 밤에는 경찰 두명이 찾아와 당신네들이 너무 답답하게 딸을 밀어부쳤기 때문에 딸이 가출한 거라고까지 했다. 거짓말 탐지기도 이용되었다. 어느정도 정확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순간의 감정과 단어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인지라, 혹시나 무언가 잘못되어서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의 범인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속에 긴 시간을 살아야했다. 

 

미디어는 또 어땠는데. 미디어 프레스에서 한마디만 하면 원래 의도와 다르게 왜곡되어 다음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기자들은 질문을 하면서도 아픔에 몸부림치는 가족들의 현상황을 알거나 위로하기 보다는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는 자극적인 문구를 찾는 것에 급급한 듯 했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 나를 완벽하게 지켜주고 배려해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허상일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으로 인해 내가 또 다시 한번 상처받지 않도록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시스템이 할 수 있는 한 나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서로를 위해 협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Most of our conflicts lie in the relationships between two people, but very quickly a conflict will find supporters, and as the conflict grows, more and more systems and people are involved. Whether they are family systems, church systems, healthy systems, or friendship-based systems, when a system becomes an issue in our lives or becomes dysfunctional, we need to deal with it. And when our issues poke a sleeping system and it turns on us, we can be royally victimized to the point of feeling complete powerlessness because of its immense and pervasive power. But what do we do when a system turns against us? We need patience. Systems can only work if they have our cooperation, our truth, and our goodwill. 

 

 


 

 

이 책이 발간된 2017년, 용의자의 항소로 인해 두번째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번에는 이전의 재판을 뒤집는 '죄 없음'을 선포했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대며 그러한 결정을 설명했다: "The totality of the evidence before me ... falls short of the standard of 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캔디스가 차가운 시체로 발견된지 32년이 되는 해였다.

 

이로써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유력한 용의자가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다시 풀려나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쉽지는 않은 마음이었을 거다. 하지만 하나 조심스럽게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진짜 범인이던 아니던, 재판부가 제대로 판단을 했던 하지 않았던, 검사측이 제대로 변론을 했던 하지 못했던간에 - 그 모든 것들과 상관없이 그녀와 그녀 가족은 십수년동안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내린 뿌리로 쉽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딸의 허망한 죽음 이후로 매일 매일, 매순간 매순간을 숱한 눈물과 재와 상처와 자갈밭 위에서 뒹굴며 빛을 찾고, 차가운 어둠속에서 기어코 꽃을 피우고 뿌리를 내렸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책은 아니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게 참 아쉬울 정도로 보석같았던 책.

지금 이 리뷰를 쓰면서도 혹여 내용이 잘못 전달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다루고픈 푸르른 마음이 피어난 연꽃을 닮은 책. 

 

 

 

2011년 찍은 가족사진. 캔디스의 두 동생(남동생, 여동생)들은 모두 결혼해 어엿한 가정을 이뤘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어찌되었든 책읽기에 집중하고자 했던 2020년이었다.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갈 때쯤 읽은 이 책이 참 많은 큰 여운과 울림을 남겼다. 한 챕터, 한 챕터, 조심스럽게 천천히 읽어내려가면서 많은 생각과 많은 반성, 또 많은 다짐들을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넬슨 만델라의 명언이 떠올랐다:

 

 

 

"There were many dark moments when my faith in humanity was sorely tested, 
but I would not and could not give myself up to despair. 
That way lays defeat and death. "

 

 

 

 

거울속에 보이는 내 얼굴이 참 한심하다고 느껴질 때, 자의 반, 누군가의 타의 반으로 내 책장에 들어온 책이었다.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성장하기 위해선, "해야할 것"과 마찬가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의하고 움켜쥐었던 손을 부드럽게 펴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만 할 것 같다. 결국 빛은 어둠을 이기고 희망은 두려움을 뛰어넘는다.

 


 

 

 

 

다른 책들은 쉽게 인생책 이라고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차마 그렇게 말을 못할 것 같단 말이지.

인생책이라고 할 만큼 너무 좋아서 손에 꼽고 싶은데 두번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여전히 책장을 넘기는 내 손가락의 마음이 아리다.

 

우리 모두는, 단 한명도 빠짐 없이 용서와 치유함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용서하는가/ 용서받는가/ 어떻게 해야 치유되는가'에 대해 쓴 심리학 도서보다 어쩌면 더 마음에 가깝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아마존 링크: The Way of Letting Go by Wilma Derk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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