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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서재: Non-fiction

[영어원서리뷰, 서평] Obit: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이기에

by Abigail 2020. 12. 17.

 

Obit: Inspiring Stories of Ordinary People Who Led Extraordinary Lives

 

 


 

한국어 번역본 없음

카테고리: 전기, 에세이, 수필

Goodreads 별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3.74/5, 리뷰 207개 

Amazon.com 별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4/5, 리뷰 23개

 

 


 

 

 

Obit이란 (주로 신문의) 부고 기사를 뜻하는 'Obituary'의 줄인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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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ituary (noun)

: a notice of a person's death usually with a short biographical account

 

딱 네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 딱 하나로만 표현된 책의 제목이 처음에 내 이목을 확 끌었고, 큰 제목 아래에 작은 글씨로 쓰여져있던 소제목("Inspiring Stories of Ordinary People Who Led Extraordinary Lives")도 제법 흥미로웠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다 간 이야기.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이 책의 저자, 짐 쉴러(Jim Sheeler) 교수가 10년동안 미국의 콜로라도주를 돌며 이 책이 근간이 되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모았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조용히 자신의 삶을 일구고 간 소시민들의 이야기들이다. 비슷한 동네,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다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작지만 굵직한, 덤덤하게 전해지는 인생사 이야기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것 같은...그런 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모인 에세이집에, 한 스토리는 약 3-8페이지 정도의 길이를 할애했다. 군더더기 없이 짧은 글에서 그려지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책의 저자가 최대한 각자 인생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독자들에게 표현하기 위해 애썼음을 알 수 있었다. 섬세하고 촘촘한 표현을 통해, 책의 배경이 되는 그 장소로 금방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작가의 생동감있는 나레이션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력있는 인생의 이야기로 바꿔놓았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가 아니던가, 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묻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Love Stories from a Plane Crash

 

 

 

라이언 샌더스(Ryan Sanders)의 아내 마리아(Maria)는 그 날 역시 비행을 하러 나가는 남편을 말릴 수 없었다.

 

비행을 하러 나갈 때 마다 마리아는 걱정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지만 라이언에게 비행은 매우 소중한 것이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연구원인 라이언의 전공은 바람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었다.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은 라이언은, 하루는 진지하게 모든 비행을 그만둘 것을 고려했다. 그의 마음을 엿본 마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She knew she worried too much. His job was, after all, the study of air. She knew she couldn't be the one to keep him out of it. "Here is the deal," she said. "You have to allow me to worry. The deal is, I get to worry, and you get to fly."

 


 

글렌 데이비스(Glenn Davis)는 촉망받는 젊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예술을 사랑하는 공학도였던 그는 그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더해 콜로라도 볼더의 Frequent Flyers Productions dance-theatre company에서 "공중 과학예술 수업(Aerial Sci-Arts Class)"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요가를 즐겨 했으며 춤을 사랑했다. 

 

어린시절, 그의 아버지 리브스(Reeves)는 절제되지 않은 과음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곤 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해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는 술을 주문해 집으로 배달시켰다. 가족들에게 있어서 그 술은, 아버지가 그 술을 마시고 그 날밤 온 가족을 괴롭게 하는 행패를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술이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어린 글렌은 그 술병을 빠르게 낚아채서는 냅다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버지의 술과 사라진 글렌은 아버지의 흥분이 가라앉을 쯔음인 며칠 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이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글렌의 시스터 사라는 그를 이와 같이 평가했다.

 

"Glenn was our protector...And he fought for the good."

 


 

로버트 존스(Robert Jones)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지난 몇년간 로버트는 베낭 하나에 모든 짐을 싣고서 나라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중국과 인도에서 온 속담들을 많이 알고 있었으며 영화의 대사들 역시 그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손님이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Shawshank Redemption)에서 그가 좋아하는 대사는 이것이었다: "Either get busy with living, or get busy dying." 

 

글렌과 요가 수업에서 만나 알게되었고 유타 주의 Cedar City로 가는 그의 비행기에 동석해도 된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로버트의 여자친구 리사의 대학교 졸업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여자친구를 오랫만에 만나게 되거든 전해 줄 예쁜 편지가 들어있었다:

 

My beloved Sage, I've been saving this stationary for over a year for special occasions. You are the special occasion, my dear Sage. ... I don't know what the future holds, but I do know what I am experiencing right now, and I think of you all the time. ... Remember how I told you before you left that I don't want a long-distance relationship? Oh, Well. 

 


 

 

세 명을 태운 콜로라도 주를 떠나 유타 Cedar City를 향하던 작은 경비행기는 기상악화로 인해 Cedar City의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불과 5마일 떨어진 곳에서 추락한 채로 발견되었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One Empty Seat at the Deli 

 

 

단골들에게는 '더 델리 (The Deli)'라고 알려진 이 작은 구멍가게 식당에서는 지난 25년간 아무도 앉을 수 없는 비워진 예약석이 하나 있다. 그 자리의 주인공은 '닉(Nick)'

 

닉 파파다키스(Nick Papadakis)와 그의 아내 쥰(June)은 오래 전 이 가게를 차렸다.

 

이 가게 내에서 건설 노동자, 변호사, 정부관계자, 경찰들은 거리낌없이 어울려 앉아 식사를 같이 하곤 했다. 식당의 전체 모습이 가장 잘 보이는 그의 전용석에 앉아 닉은 그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외웠다. 그들이 주로 시키는 샌드위치의 종류 또한 그의 머리속에서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그곳에 앉아 닉은 때때로 단골들과 함께 그의 걸죽한 목소리로 정치, 스포츠, 그리고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그러던 중, 수주가 지나도록 닉이 가게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대부분의 단골들은 올해로 64세가 되는 닉이 폐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와 그의 아내 쥰은 J.C.Penney 미국의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만났다. 당시 장난감 부서에서 일하던 쥰을 보고 닉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하루는 물건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던 쥰에게 장난스레 장난감 카트를 밀었고 놀란 쥰은 그자리에 넘어져버렸다. 닉은 넘어진 쥰을 부드럽게 안아 일으켰고 그 순간, 두 사이에 사랑의 불꽃이 일게 된 것이었다.

 


 

2002년 8월 2일, 닉의 임종이 가까워지고 있는 오후.

 

가족들은 차례대로 독한 항암치료로 인해 쇠약해지고 깡마른 그가 누워있는 침대곁으로 섰다. 가족들과 델리의 사진들로 꾸며진 방 안에는 델리의 단골들 역시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한참동안 닉에게 작별의 인사를 나눈 그들은 쥰만을 남겨두고 방을 떠났다. 마지막 인사는 언제나 그렇듯, 쥰의 몫이었다.

 

닉과 쥰이 있는 방의 옆에 위치한 주방에 둘러앉은 다른 가족들과 친구(단골손님)들은 살아 생전 닉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 델리라는 장소가 그들의 삶에 있어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방에 연결된 인터콤에서 소리가 새어나오기 전까진. 

 

"I love you," June's voice says over the radi, calm and steady.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마음이 참 몽글몽글해진다. 작던 크던, 어떠한 모습이던간에 우리 모두는 탄생과 죽음 사이에 위치한 이 세상에서의 인생이라는 자리에서 각자의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는 여행객이기에. 어떤 스토리에서는 싱긋 웃을 수 있다가도 어떤 스토리에서는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던, 삶과 죽음, 인생에 관한 소소하고 덤덤한, 따뜻하면서 묵직한 이야기들. 

 

 

 

 

Obit: Inspiring Stories of Ordinary People Who Led Extraordinary L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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