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라는 말은 이제는 제법 오래된, 지극히 일상적인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이 홍수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매우 자주 받습니다. 소셜미디어의 급격한 확대와 보편화에 따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새로운 정보들이 생겨나고 공유되며 또 사라집니다.
'바이럴 마케팅'은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더욱 더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요. 바이럴 마케팅이란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SNS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함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방법을 뜻합니다. 기존의 텔레비전이나 신문과 같은 매체에 거금의 돈을 주고 광고를 띄우는 것 보다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의 매체들을 통한 제품 마케팅이 훨씬 저렴하며 효과도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를 악용하는 케이스들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제품에 관한 거짓, 허황된 정보를 인플루언서들에게 돈을 지급하며 퍼뜨려 줄 것을 요청하고 인플루언서들은 그것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지요. 거래되는 돈이 제법 큰 경우가 많기에 이를 목표로 삼고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 자체가 잘못되었다기 보단, 그저 제품의 이름을 널리 알리면 된다, 돈만 벌면 된다는 명목으로 거짓되거나 허황된 정보를 인플루언서들에게 제공하고 상업적 윤리의식 없이 이를 묵인하는 일부 기업들과 인플루언서들이 공해를 만드는 것.
어찌되었든 많은 기업들이 바이럴 마케팅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소비자들의 자연스러운 심리에 따른 것입니다. 세일즈맨이 현란한 문구로 우리를 유혹해 올 때 우리는 그것이 광고임을 알고 경계하지만 일반 사람들(친구나 가족 포함)이 특정제품을 써봤는데 좋더라, 라고 던지는 한마디는 그것이 순수한 정보공유라고 믿기 때문에 마음이 쉽게 움직이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 어느 휘황찬란한 상업적 마케팅 활동보다 관계속에서 맺어지는 입소문의 힘이 더 강력하다고 믿어, 이를 연구한 내용을 담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조나 버거(Jonah Berger) 교수는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마케팅 교수입니다. 그의 활발한 학문 저널리스트 활동은 The New York Times, The Wall Street Journal, The Washington Post, Harvard Business Review, Business Week 등 다양한 곳에서 발표되었습니다.
CONTAGIOUS
Author: Jonah Berger
Originally published: March 5, 2013
Original language: English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입과 관심에 자연스럽게 붙는 성질의 것들을 6가지 특성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이는 STEPPS 라는 약자로 축약됩니다:
1. Social Currency: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똑똑하고 부유하고 쿨 해 보이길 원합니다. 또한 그들은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정보를 알고 있는 '인사이더'의 위치에 있기를 원합니다.
2. Triggers: 어느 특정 단어를 들었을 때 연쇄작용으로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연관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그 특정 단어와 긴밀한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3. Emotion: 사람의 감정을 똑똑하게 헤아리고 이를 공감해주는 것은 사람들에게서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4. Public: 처음에는 어색한 것일지라도 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지는 것 처럼, 눈에 자꾸 띄어야 우리의 생각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5. Practical Value: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돕길 원합니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 리더십을 발전시키는 법, 돈을 현명하게 절약하는 법과 같은 실용성이 강한 것들은 금방 사람들의 입소문을 탑니다.
6. Stories: 트로잔의 목마처럼 우리를 감동시키는 스토리는 그 상품에게 보다 더 큰 관심을 갖게 하지요.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수긍할 수 밖에 없는 것들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사람들에게 나누었던 정보와 제품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여러가지 제품들과 서비스들이 위의 6가지 성질들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을 '아, 그렇구나-'라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끝난다면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가 전해지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독서와 같지요) 이러한 성질들을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들에 접목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입소문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와 실용적인 적용까지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 처럼 대중들을 위해 쓰여진 비즈니스, 마케팅, 심리학 등의 비문학 도서들을 읽으면서 '에이 뭐 그게 별거라고. 나도 다 아는데?'라면서 깔보고 무시하는 어투로 책을 평가하고 북리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느 책을 읽느냐,는 결국에는 철저한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책을 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몇가지 정보들만 보고 서둘러 폄하하는 행동은 어찌 보면 수박겉핥기와 같은 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저 역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구요.
말이 잠시 다른 곳으로 샜습니다. 간단하게 두가지 예시를 들어볼께요.
뉴욕의 비밀스러운 칵테일바 'Please Don't Tell'
뉴욕의 거리를 걷다보면 수도 없이 많은 핫도그가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따끈하게 데워진 빵 사이에 노릇하게 구워진 오동통한 핫도그를 끼우고 위에 원하는 토핑과 소스를 곁들여 먹는 핫도그는 간단하면서도 맛도 있고 배도 부르기 때문에 바쁜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에요.
얼핏보면 평범한 핫도그가게처럼 보이는 이 가게에 은밀하지만 그렇게 비밀스럽지는 않은 비밀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사실 이 핫도그 가게는 뉴욕에서 제법 잘 나가는, 소위 '인싸들만 안다는' 칵테일바, Please Don't Tell 이기도 하거든요.
📍 Please Don't Tell
113 St Marks Pl, New York, NY 10009, United States
핫도그 가게 안에 들어가면 구석에 윗 사진처럼 (가게 사진들 중 두번째) 낡은 공중전화기 부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공중전화기는 단순한 공중전화기가 아니에요. 이 전화를 통해 손님은 칵테일바 안의 직원과 연결이 됩니다.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예약 내용을 확인한 직원은 내부에서만 열리는 공중전화 박스의 벽과 연결되어 있는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합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와 킹스맨이 생각나는 부분이에요.
번듯한 간판 하나 없고 눈에 보이는 어떠한 홍보 활동도 없지만 이 바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만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데 거의 매일 짧은 시간에 모든 예약이 다 차버립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된 것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성질의 이러한 정보는 섬세하면서도 은밀하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나만 안다는 것은 내가 선택된 소수의 인원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에 속한 것만 같은 짜릿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 칵테일바의 성공요인 된 셈이에요.
VIP고객들로만 이루어진 특별한 모임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만, 보통 이런 그룹에 끼기 위해서는 한정된 기간에 얼만큼의 돈을 써야하는 것 처럼 일반인들은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뉴욕의 이 Please Don't Tell 칵테일바는 비록 치열한 경쟁률의 예약전화를 걸어야 하지만 성공만 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성은 그대로 살리되 문턱은 낮춘 똑똑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위의 내용은 책에 나온 실제 사례입니다. STEPPS의 6가지 요소들 중에서 가장 첫번째인 Social Currency를 적절히 이용한 예가 되겠습니다.
Public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두둥실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었어요. 유명한 향수 브랜드 조 말론 이었습니다. 책에 나와있는 내용은 아닌데, 조 말론의 성공스토리를 보면 작가가 말하는 Public 이론을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소개해볼께요.
조 말론 향수, 그 시작은 쇼핑백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향수 브랜드 조 말론(Jo Malone). 이 향수가 유명세를 타고 단기간안에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에는 창업자 조 말론의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가게에는 손님만 날리던 사업 초창기 시절, 창업가 조 말론은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50개의 예쁜 조 말론 쇼핑백을 주문한 뒤 50명의 사람들에게 연락해 이 가방을 들고 뉴욕의 패션의 거리를 활보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정작 쇼핑백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이 엉뚱한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외출을 하기 전에 자연스레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듯 부탁받은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말론 브랜드의 존재 조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핸드백이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핸드백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그 가게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말론 특유의 향과 좋은 퀄리티라는 점도 물론 있지만 이러한 영민한 마케팅을 통해 조 말론은 총창기, 사업 성공에 부스터를 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조건 좋은 제품을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해줄꺼야'라는 생각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는 듯 합니다. 좋은 퀄리티의 상품은 기본중의 기본,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시장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과 같이 정보의 홍수 시대에 똑똑하고 섬세한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욱 빛을 발할 수 밖에 없어요.
굳이 내가 기업의 홍보실에 있지 않더라도, 퍼스널 브랜딩으로 연결해서도 충분히 응용이 가능한 원리들이 가득 담긴 책이었습니다.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이 제 작은 블로그도 저자가 이야기하는 심리, 마케팅 원리들을 이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줄까요? ㅎㅎ 저는 딱히 계획은 없습니다만, 유튜브, 블로그와 같은 플랫폼에도 분명 적용될 수 있는 좋은 인사이트가 많아요.
마케팅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더라도 충분히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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