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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서재: Non-fiction

[영어원서리뷰, 서평]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by Abigail 2021. 6. 4.

고등학교 졸업 직후, 중증 자폐를 앓고 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 한달간 매일 보조교사로 봉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촌에 속하는 지역에 있는 그 학교는 내부, 외부 시설들 하나하나에 자폐 학생들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한 섬세한 장치들과 프로그램들이 참 많았어요.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상당수 부모님들은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으신 분들이지만 '자폐'라는 정의하기 어려운 애매하고 난해한 환경이 가지고 오는 불확실함은 무뎌지지 않는 긴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 친구분 중 한 분의 아들이 남들 보다 늦게 자폐 판정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들끼리 친해서 어렸을 때 종종 만나면서 같이 컸는데요, 감정 컨트롤이 잘 되지 않고 폭력적이고 뭔가 대화가 부드럽게 되지 않는다는 인상은 자주 받긴 했지만 모두들 그저 어린 사내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을 뿐, 그 뒤에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일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지요.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러한 현상들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전문가에게 받은 상담을 통해 경미하지만 자폐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요. 그 뒤로 받은 특수 훈련과 여러가지 도움들로 통해 많은 차도를 보일 수 있었고 지금은 재능을 살려 사회생활에 큰 문제 없이 기술직에서 잘 일하면서 산다고요.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이 책을 읽으면서 자폐 특수학교에서 봉사했던 기억, 그리고 그 녀석이 떠올랐어요. 주변에 자폐를 가지신 분들을 한 번이라도 보셨던 분이라면 그들이 보는 세상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라고 한 번쯤은 물음표를 던지셨으리라 생각해요. 

 

자폐라고 규정짓는 범위가 사실 제법 큰 것이라 몇가지 특징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았을 때, 자폐아이의 시선을 통한 1인칭 서사로 쓰여진 이 책은 전문가가 보아도 매우 잘 쓰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해요.

 

 


 

 

 

우선 이 책은 읽기가 쉽습니다. 15세 중증 자폐를 앓고 있는 소년, 크리스토퍼 (Christopher John Francis Boone)의 서사로 쓰여졌기 때문에 단어들과 문장이 매우 쉬워서 술술 잘 읽힙니다.

 

자폐라는 특성상 그가 펼치는 논리와 서사는 일반인들의 그것들과 방향이 다를 때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요, 절제되고 분명하고 단순한 표현을 통해 크리스토퍼의 시선에서 사건을 이해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든 저자가 참 똑똑하다고 느꼈어요.

 

참, 이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추리소설은 아닙니다. 마케팅 쪽에서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라고 홍보했다던데 이는 잘못된 정보였던 것은 물론 저자에게도 무례한 것이 아니었나...싶어요.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_2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Author: Mark Haddon

Country: United Kingdom

Publication date: May 1, 2003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_1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논리가 전부가 아니야

 

 

주인공 크리스토퍼는 수학과 과학에 비상한 재능을 보입니다. 암산과 기억력에 특히 특출함을 보여요. 고기능 자폐증, 혹은 아스퍼거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크리스토퍼는 그만의 확실한 논법이 있습니다. 그 논법에 비추어보어 세상을 이해하고 느끼며 생각해요. 자신의 논법에 맞지 않으면 그 의견이나 현상은 어리석은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의 논법을 찬찬히 들어보면 틀린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데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한 탄탄한 근거들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절대 어떻다,라고 넘겨짚는 법이 없고 자신이 창조한 틀에 맞추어 새로운 현상과 사물을 분석하고 이해합니다. 만약에 자신의 틀을 넘어서는 특별한 상황이 생기면 크리스토퍼는 또다시 다른 논법을 세워 그것을 바라봅니다. 복잡한 상황의 경우 매우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부분적으로 쪼개어 분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의 논법의 치명적인 특징이자 단점은 마치 직선과 같은 모양의 평면적인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일어난 사건들을 원인의 결과라는 빠듯한 순서의 틀에서만 맞추어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뛰어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여지라던가 social cues(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이해되는 약속들),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취약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똑똑하다고 여기고 자랑스러워 하는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변칙적 요소들에 대해서는 서늘하도록 무덤덤하고 무심해요. 자폐의 영향이겠지요.

 

그의 논법과 지식에 감탄을 하다가도 꽉 막혀있는 틀에 답답함을 느끼곤 하면서 세상안에서 현명히 살아가는 데에는, 순간마다 밀려오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대 논리만이 모든 답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흔히 이성이 감정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상황에 따라 어느 면에서는 맞다고 할 수도 있을 지라도, 사실 이 둘은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겠지요. 논리력, 사고력만큼 감수성과 공감능력은 절대 무시될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_3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아버지의 단단한 어깨에 조용한 응원을

 

 

크리스토퍼의 이웃집에서 강아지가 죽은 사건을 자칭 탐정이 되어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은 표면 아래애 잠겨있었던 크리스토퍼 가정의 멜로드라마가 밝혀집니다. 크리스토퍼가 평소에 좋아하는 셜록 홈즈로 빙의하여 강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왜 죽였는지만 밝혀내면 되었던 것인데 사건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면서 어찌 보면 더 심각할 수도 있는 일들이 크리스토퍼의 눈앞에 펼쳐집니다.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

 

저는 이 책을 보면서 크리스토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참 많이 비교되고 대조되었어요. 사실 이 둘의 성격과 표현방식이 매우 달라 그럴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큰 대조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아빠의 캐릭터에 참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보일러 수리공으로써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어려운 아들을 묵묵히 키워내는 아빠의 어깨가 참 강인해보이면서도 마음이 아렸습니다. 본인도 너무 슬프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아들의 특별한 세상이 침해받거나 흔들리지는 않을까 몇번을 더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그의 고충, 그리고 정상적인 정서적 소통이 쉽지 않은 아들에게 자신이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크리스토퍼에게 정성들여 하나하나 시선을 맞추는 모습은 가슴이 찡해질 수 밖에 없었어요.

 

그에 비해 엄마의 캐릭터는 순간 순간 화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던지라. 

 

어쩌면 작가는 부성애도 모성애처럼 강하며 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걸까요.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으면서 'Did I enjoy this book?'이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글쎄....'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것 같아요. 뭐라 한마디로 이 책에 대한 감정을 몇마디의 단어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자폐아의 내부적인 나레이션에서 서사가 진행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완전히 처음 접해보는 장르였기에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년의 1인칭 시선에서 보는 것인 만큼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기도 때문이 아닐까...추측해 봅니다만.

 

굿리즈(Goodreads)에서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리뷰들을 쓱 훑어보았는데요, 가족들중에 자폐를 가진 몇몇 분들이 이 책은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웠다고 표현하신 것을 읽었어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읽힐 수도 있는 책인듯 해요.

 

'모호함'으로 인해 자신있게 '꼭 읽어보세요'라고 추천은 하지 못하겠지만, 쉽게 책장이 넘겨지기도 하고 스토리의 마지막까지 텐션이 잘 유지된다는 점, 그리고 중간 중간 들어있는 크리스토퍼의 빛나는 재기가 놀랍다는 점에서 썩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쓰여진 만큼 영어원서를 읽어보고는 싶으나 조금은 겁내시는 분들이 시작하시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덧

 

코로나로 인해 극장들이 다 문을 닫았지만...ㅠㅠ

토론토의 유명한 연극 공연장에서 이 작품이 연극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본 적 있습니다.

 

혹시나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검색해보았는데요

영국 런던 공연장에 올려졌다는 작품의 트레일러가 있더라구요. 책을 읽은 후 이 영상을 보니 '우와- 표현 대박인데!'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이 공연이 토론토 연극무대에 다시 올려지거든 (코로나야 이제 좀...ㅠㅠ) 그때는 가보고 싶어요!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 Official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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