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책 서재: Fiction

[영어원서리뷰] 우리들의 꿈은 허상이었을까.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en by John Steinbeck

by Abigail 2021. 8. 10.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 '토르티야 마을 이야기' 등으로 유명한 미국 출신 작가 존 스타인벡. 노벨문학상퓰리처상을 수상한 만큼, 미국 문학에서 그의 이름이 가지는 영향력은 큽니다. 

 

그의 이름과 작품에 대한 정보들은 이런 저런 루트로 많이 접해봤을지언정, 제대로 읽은 적은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해 올 해에는 계획적으로 존 스타인벡의 작품들을 챙겨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중순이 다 되어서야 읽은 존 스타인벡의 첫번째 책입니다. 짧은 소설 노벨라(novella: Short story보다는 길고 일반 소설보다는 짧은 단편 소설)인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en 입니다. 

 

 


 

 

Of_Mice_And_Men_1
영어 원서 리뷰, 추천: Of Mice and Men

 

Of Mice and Men 

by John Steinbeck (USA)

Originally published: 1937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얇은 책이기에 쟈켓 주머니나 가방에 쏙 넣어서 가지고 다니기 좋았어요. 약속시간 기다리면서, 차 정비 받으면서, 지하철 안에서 읽다보니 금방 끝낼 수 있더라구요. Scribd에서 영어 오디오북을 통해 귀로는 들으면서 눈으로는 책을 따라가면서 읽었더니 작가가 그리는 20세기 중반 미서부의 그 곳에 마치 제가 서있는 듯, 푹 빠져드는 것 같아 좋았어요. 

 

 

 

2021.04.26 - 영어 원서 오디오북계의 넷플릭스 Scribd + 추천 영어 원서 오디오북

 

영어 원서 오디오북계의 넷플릭스 Scribd + 추천 영어 원서 오디오북

영어 원서 오디오북, 이젠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으로 마음껏 듣자! 영어 원서 오디오북이 가득한 웹사이트 추천! 넷플릭스의 강점은 매달 정해진 월정액만 지불하면 보고싶은 만큼 마음껏 영화,

sensulato.tistory.com

 

 

 

1930년 경, 세계를 뒤흔들었던 경제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의 영향력에서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즈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을 주인공은 두 친구 입니다. 레니(Lennie Small)와 조지(George Milton). 이 둘의 생김새는 판이하게 달라요. 레니는 'small and quick, dark of face, with restless eyes and sharp, strong features', 조지는 'a huge man, shapeless of face, with large, pale eyes, with wide, sloping shoulders; and he walked heavily, dragging his feet a little, the way a bear drags his paws' 라고 묘사됩니다. 작지만 단단하고 날렵한, 날카로운 인상 레니와 큰 덩치의 엉성하고 전반적으로 축 처진듯한 인상의 조지의 대조되는 생김새는 그들의 캐릭터성에 똑 떨어지는 클리셰를 제공합니다. 

 

의도는 없지만 전반적인 지능이 떨어지는 탓에 레니는 의도치 않은 사고뭉치 이지요. 어린 아이와 같은 순진한 성정을 가졌지만 상황판단이 느리고 스스로 타고난 대단한 육체의 힘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크고 작은 소동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러한 레니에게 있어서 조지는 단 하나뿐인 의지할 상대가 됩니다. 조지의 말은 무조건 따르는 레니. 답답할 때가 많지만 그런 레니에게 시선을 맞추며 인도하는 조지.

 

캘리포니아의 드넓은 땅을 거닐며 일거리를 찾는 떠돌이 필드 워커인 조지와 레니는 돈을 모아 본인의 땅을 사는 것이 꿈입니다. 새로 정착한  Soledad에서 그들은 한 농장에서 일거리를 찾습니다. 그 농장 주인의 아들은 컬리(Curley)인데 덩치가 유독 작아 그것이 큰 컴플렉스인 매우 사납고 고약한 심보를 가졌어요. 컬리의 아내는 젊고 아름답지만 이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과 불신이 가득합니다. 컬리의 아내는 자신이 생각했던 결혼생활과 다르다고 고백하지요. 

 

어쨌든 컬리와 컬리의 아내가 조지와 레니를 비롯, 그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에게 있어서는 위협적인 핍박으로 작용합니다. 컬리가 일꾼들에게 물리적인 해를 가한다면 컬리의 아내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이용해 일꾼들을 유혹하면서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그들을 무시하고 홀대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는 일꾼들에게 이 커플은 '불공평한 차별'을 적나라하게 의미하는 '심볼'인 듯 보여요. 내가 타인에게 가하는 피해란, 컬리처럼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해를 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컬리의 아내처럼 은밀하면서도 상대방을 옥죄어오는 정신적, 심리적 압박도 있다는 것을 이 커플이 아주 제대로 보여줍니다. 😱 

 

 


 

 

Of_Mice_And_Men_2
영어 원서 리뷰, 추천: Of Mice and Men

 

땅은 이렇게 넓은데 내가 누울 곳은 없네

 

조지와 레니가 돈을 모아 작은 땅을 사서 본인의 '소유지'를 만들겠다는 꿈을 들은 어느 한 농부는 직접적으로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들이 오기 전에 많은 일꾼들이 동일한 꿈을 꾸며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요. 

 

주변 사람들이 놀랄 만큼 열심히 일하는 조지와 레니이지만 그들의 현실은 가혹합니다. 손바닥만한 땅도 그 들 앞으로 되어있지 않은 소작농인지라, 땅주인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내쫓을 수 있는 신세이기 때문이에요. 

 

껄렁거리면서 좋지 않은 직업윤리를 가진 컬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일꾼들 사이에 세워져 있는 재정적, 환경적, 신분적 벽을 보아하니 작금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울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많이 올랐다고 들었어요. 제가 사는 캐나다 토론토도 굉장히 비싸서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는 도시' 레포트들을 보면 탑10 안이나 그 언저리에는 꼭 든다고 해요. 이렇듯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더 두드러지면서 아예 집구입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을 일컬어 '공유경제'라는 말도 나오던데, 사실 이 단어의 이면에는 그들의 재정적 능력을 꺾어버려 그것 말고는 선택지를 없게 만든 문제를 마치 세대차이에서 오는 현상처럼 덮어버리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까칠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그들의 발목을 더욱 더 옥죌 수 밖에 없는 단편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엔 젊은이들을 조지와 레니같은 소작농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는 서글픈 마음이 들었어요. 😥

 

올라가는 빌딩들은 많고 끊임없이 콘도(한국의 아파트)는 지어지는데, 이렇게 넓고 높은 땅에서 내가 누울 곳은 없는 것 같다, 라는 친구의 낮게 읖조린 불평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불쑥 불쑥 떠올랐었던 것 같아요.

 


 

Of_Mice_And_Men_2
영어 원서 리뷰, 추천: Of Mice and Men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빌어

 

확률은 적을 지언정(?) 차근차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조지와 레니 앞에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정녕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싶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가슴으로는 참 찡한 결말을 맞이하며 이 단편 소설은 끝이 납니다. 

 

레니의 얼빠진 행동이 너무 답답하면서도 그를 어찌저찌 잘 어르고 달래 나아가는 조지를 보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우정이라는 것이 이렇게 특별할 수도 있구나 싶었기에, 꽉 막힌 단순한 해피엔딩이기를 바랬지만 소설 중반부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어요. 

 

힘든 결정을 내린 이 소설의 주인공이 끝끝내는 행복해졌다고 상상하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경제대공황이라는 상황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에게 마음이 갔었나봅니다. 한 살, 한 살, 나이테가 더해질 수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지만 결국에는, 마침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찾았던 행복을 기어코 쟁취했다는 문장이 소설 속 그의 인생에도 그리고 현실안의 저의 인생에도 꽉꽉 박혀 쓰여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덧붙이는 글)

 

이 책은 길이가 짧지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문법에 틀린 문장들과 사투리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영어 초급자에게는 영어 원서로 읽는 것을 권하지 않습니다. 흑인들의 영어에도 종종 보이는 틀린 문법의 이중부정문(이지만 사실은 일반부정문과 같은 효과를 가진)등과 같은 표현들을 조금 아신 뒤에야 읽어야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듯 보입니다.

 

 


 

 

 

 

2021.06.11 - 비교적 얇고 짧은 고전 클래식 소설을 찾으시나요? 그럼 여기 주목!

 

비교적 얇고 짧은 고전 클래식 소설을 찾으시나요? 그럼 여기 주목!

한 권의 책을 이루는 페이지의 수는 미니멈은 있을지언정 맥시멈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올 해, 달력 첫장을 넘길 때 2021년이 지나가기 전 읽고 싶은 책의 대략적인 목록에 레프 톨스토이(Leo T

sensulato.tistory.com

 

2021.04.05 - [영어원서] "사실은..." 읽지 않았지만 읽은 척 하는 책 Top 10

 

[영어원서] "사실은..." 읽지 않았지만 읽은 척 하는 책 Top 10

가디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2013년의 기사로, "Have you ever lied about reading a book?"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이 읽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읽지 않은, 읽은 척 하는 책 탑 10개를 추린 것

sensulato.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