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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책 서재: Fiction

[영어원서리뷰, 서평] Animal Farm '동물농장': 명작인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by Abigail 2021. 5. 22.

누구나 손가락만 있으면 칠 수 있는게 피아노라지만

일반인이 치는 피아노 연주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치는 연주는 비교할 수 없듯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이라지만

머리를 한 대 띵, 하고 얻어맞은 것 같은 전율을 주는 작가가 있습니다.

 

얽히고 섥힌 세상사의 일들을 마치 하늘위에서 바라보는 것 같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흥미진진한 묘사와 표현으로 섬세하게 그것들을 언어들의 멜로디로 풀어내는 작가들을 볼 때면 '와-'하는 경탄이 저도 모르게 터져나옵니다. 특히 이러한 점들은 시대, 문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사의 '보편성'이라는 것과 닿을 때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책들은 제법 긴 시간의 텀을 두고 읽으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책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시간만큼 읽는 주체인 제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접하고 대학교때 또 읽었던 'Animal Farm (동물농장)'이지만 여러번 봐도 진한 울림은 조금도 덜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책과 비슷한 느낌으로 동물 우화에 빗대어 시대상을 비판하려는 시도들은 정말 많았지만 이 책 처럼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섬세하고 과도한 감정적인 반응을 유도하지는 않으면서도 매우 날카로운 견지를 유지할 수 있는 책은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animal farm 동물농장_1
영어원서 추천, 영어원서 리뷰: 동물농장

Animal Farm

동물농장

Originally published: August 17, 1945

Author: George Orwell

Original language: English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고전중의 하나에요. 그런데 함부로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조금은 조심스러운데요, 이 책에 깃들어있는 특정 정치적 사상과 인물들을 뜻하는 묘사 때문에 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 마치 그 사람의 정치적 스탠스를 규정하는 것과 같은 섣부른 판단을 몇 번 목격했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 나와있는 많은 주연급 캐릭터들은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 관련 정치적 인물들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죠.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 칼 마르크스(Karl Marx) 이오시프 스탈린 (Joseph Stalin)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굵직한 인물들은 물론, 다른 여러 정치적 사건들과 인물들에서 차용한 비유가 가득합니다. 

 

철저한 사견으로 저는 이 책안에 들어있는 여러 요소들을 꼭 소련의 공산주의와 연결하지 않고도 21세기 민주주의 국가 내에서도 충분하 연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소련의 공산주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인간의 속성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회에 나타나는 특징이라는 더 큰 보편성으로도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다면적인 숨구멍이 많은 책이라 더더욱 잘 쓰여진 책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합니다.

 

 

 


 

 

 

animal farm 동물농장_2

 

 

이 블로그에서 제법 많은 리뷰를 썼는데 이 책의 리뷰를 쓰기란, 그 어느 책보다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비교적 얇은 책일지언정 책장이 술렁 술렁 넘어가기에는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로 쓰여졌기에 생각의 물레를 풀자면 한참동안 두런두런 풀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 책에는 정말 많은 동물들이 각자 이름을 가지고 등장합니다. 동물의 특성에 한정된 육체적 특징을 가졌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기에 거기에서부터 오는 '불편함'이 제법 있어요. 생각하는 것도, 하는 것도 사람과 다를 게 없는데 어찌되었든 그들은 본질적으로 '동물'입니다. 예전 자신들의 원래 주인이었던 '사람'을 내쫓고 농장을 차지하며 본인들이 정한 일련의 규칙들을 가지고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물'이라는 그들의 본질적인 불변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한 것은 인간이 보여주는 모습 중에서는 이런 동물들과 별다를 바 없는 무지하고 미개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영리하게 드러낸 작가의 의중이겠지요.

 

그들은 '말'로 소통하는 동물들입니다. '언어'가 주 커뮤니케이션인 인간들과 동일한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이 언어생활에서 대중들의 특정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은밀하면서도 기민하고 영악한 모습들이 어렵지 않게 자주 목격됩니다. 단어를 교묘하게 바꿈으로써 대중들의 특정 감정을 이끌어내고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규칙에 꼬릿말을 더해서 특정 그룹에게 힘을 부여하기도 하지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아직 구별해내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강한 어조로 특정 어구를 사용하여 그들의 물음표를 무마합니다. 이는 아주 옛날부터 오랫동안 사용된 심리트릭입니다. 다분히 계획된 의도를 가지고 선별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들의 환심을 사는 것은 굉장히 흔한 트릭이면서도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 단어를 지우면 그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서부터 미궁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Boxer의 캐릭터에 참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어리석도록 순진한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어요. 그의 초라하고 비극적인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한 방향만으로 눈 감고 귀 막고 냅다 달리는 '순진함'이 사실은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순진함'이라는 단어에 들어있는 긍정적인 어감을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순진하다는 것이 순수하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요.

 

 

 


 

 

 'Animal Farm (동물농장)'은 그 상징성과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잔혹함때문에 과거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로도 많이 쓰이는 책이지만, 고등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언어로 쓰여졌긴 해도 이 책에 담긴 여러 의미들이나 사상들을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나 싶어요.

 

타임 매거진은 이 책을 1923년과 2005년 사이에 쓰여진 영어 소설들 중 가장 위대한 100선에 포함시켰습니다. 1996년에는 휴고 어워드(Retrospective Hugo Award)를 받았어요.

 

짧지만 결코 금방 책장을 넘길 수 없는 책. 동물농장.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워낙에 많은 사랑을 받고 널리 읽히는 고전중의 하나라 다양한 버전의 북커버로 출시되고 있어요. 여러가지 북커버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animal farm 동물농장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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