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그리고 다른 한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좋은 이유가 있는 길을"
사실 북미던 한국이던 '시'는 '소설'이나 '논픽션'에 비해 일반적으로 마니아층이 적은 분야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는 수업 시간이나 일부러 찾아 읽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접하게 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같은 뜻을 가진 동의어라도 약간의 차이에서 오는 미묘한 느낌의 변화, 적은 수의 단어들로 그림을 그려내는 표현법 같은 것들을 배우면 generally, 나의 작문 실력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얼마전부터 조금씩 일부러 찾아 읽고 있는 중. 평소 자주 읽는 논픽션이나 소설책과는 너무 다른 호흡에 버벅거리는 중이라 아직도 시의 참맛을 느끼려면 한참 먼 것 같기는 하다. 😭
이 시는 아직 한국에 있었던 중학교 시절, 영어 학원 선생님을 통해 처음 접했다. 영어권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들 중 하나인 만큼, 한국에서도 영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시라면 이 시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일부러 택해 갔던 이의 시라고. 혼자만의 길을 갔기 때문에 그 길이 아름다웠던 거라고.
그러니 너도 너만의 길을 가라고. 많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가라고.
그렇게 배웠었다.
이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널리 알려져있기 때문에 사업을 창업하던가 하는 경우에서 이 시가 종종 인용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다시 영어로 읽어본 시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맨 처음에 이 시를 접했을 때에는 '영어공부'를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영어 원본 그대로의 시와 한국어로 번역된 시를 같이 보며 읽었었다. 당연히 지금과는 다르게 영어도 매우 짧았고 선생님이 가르침이 곧 진리가 되었던 시절이라 당시에 배웠던 모든 해석이 어쩌면 다 맞지 않을 수도 있을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건 당연한 일.
최근에 다시 이 시를 접할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영어공부가 아닌, 있는 그대로 이 시를 즐겨보기 위해서.
다시 읽어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 시와 달랐다.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기억보다 더 섬세했고 입체적이었다.
시의 제 2연에서 화자는 짧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화자가 선택한 길,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길, 두 길 다 똑같이 아름다웠다고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2연의 끝부분, 그리고 3연에서 화자는 이 두 길의 모습 또한 매우 비슷하다고 표현한다.
둘 다 사람들의 지나간 모습으로 닳아 있었으며 (2연)
아침에는 두 길 다, 아직 사람들이 발길이 닿지 않은 새로운 낙엽으로 덮혀 있었다고 말이다. (3연)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이 책의 마지막 연에서 본인은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선택했다고 말하지만,
그 길이 사람들이 덜 걸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더 의미있어지거나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길은 똑같이 의미가 있고 아름답지만
그저 화자는 둘 중에서 덜 걸은 길을 선택한 것일 뿐.
(인간의 평균수명을 고려한다면) 아직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나이지만,
그래도 이만치 살면서 제대로 배웠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는 세상의 진리들 중 하나는,
우리가 어떤 장점과 약점을 가졌든,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가든,
그 사람이 가지는 존재론적인 본질적인 가치는 그 사람의 어떠한 일시적이거나 단면적인 현상과 모습을 뛰어넘는 다는 것.
이것이 거꾸로 뒤바뀔경우, 인간의 존재가 매우 하찮게 변하게 된다는 것.
이 시를 염두해두고 풀이하자면,
내가 선택하는 인생의 길이 단순히 적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보다 나은 것은 아니며
거꾸로 보편적인 선택이라고 그렇지 않은 선택보다 꼭 낫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
전국에 백만개가 있는 직업을 가진다고 해서 전국에 10명도 안되는 희귀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할 수 없듯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여러 변화와 시즌들의 지나감이기에,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고 단 한 번 뿐이기에,
때로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궁금해지고 어쩔 땐 그 길이 더 좋아보이기도 하는 건 우리가 모두 갖는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연, 4연 첫번째 줄에 화자는 "with a sigh", 한숨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아닐까.
궁금함, 아쉬움, 그냥 그렇다고 칩시다...라고 하는 복잡한 모든 마음을 담아서 한숨 하나로 표현하며 말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인이 아직도 살아계셨다면 이 시의 뒷 배경이 어떻게 되느냐고 이메일이라도 한 번 보내볼텐데 아쉽게도 지금은 고인이 되셨다. 그래서 이렇게 추측해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최선일 거다.
어쩌면 하늘에서 정확한 답을 주실 수 없는 이 상황에 오히려 빙그레, 웃으며 좋아하실런지도 모르겠다.
해석이 아주 옳던 그렇지 않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고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와 그들의 마음속에 나름대로의 꽃을 피웠으니, 그게 문학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보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오랫동안 서있었다,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구부러지는 데까지
눈 닿는 데까지 멀리 굽어보면서;
그리고 다른 한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좋은 이유가 있는 길을,
풀이 우거지고 별로 닳지 않았기에;
그 점을 말하자면, 발자취로 닳은 건
두 길이 사실 비슷했지만,
그리고 그 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혀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묻혀있었다.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길은 계속 길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과연 여기 돌아올지 의심하면서도.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덧붙이는 글:
이 시는 읽을때마다 조금씩 느끼는 게 달라지는 게 신기합니다. 아마도 제가 흘러간 시간만큼 자라고 변했기 때문이겠지요.
이 시를 가지고 브런치에도 글을 썼습니다. (2021.08.31)
https://brunch.co.kr/@anthseid/4
어쨌든 그 길은 당신이 정하는 것이라오.
The Road Not Taken, The Calf-Path | 많은 것 보다 적은 것. 복잡한 것보다 보다 단순한 것. 수많은 전기들과 철학책 등에서 여러가지 모양일지언정 꽤 높은 확률로 단순함이 가진 힘에 대해 언급되는 것
brunch.co.kr
영국 문학사상 최고의 러브 스토리를 남긴 빅토리아 시대 출신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2021/01/22 - [영어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영어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시인 남편과 시인 아내. 시인 부부들은 어떠한 교감을 나누면서 살까.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Elizabeth Barret Browning)은
sensulato.tistory.com
'영어책 서재: Fi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원서리뷰, 서평] The Road: 더 로드, 생존을 위한 외로운 길 위의 아빠와 어린 아들 (6) | 2021.05.09 |
---|---|
[영어원서리뷰, 서평] 거부하기 힘든 나쁜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 'The Picture of Dorian Grey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7) | 2021.05.07 |
[영어원서리뷰, 서평] Fahrenheit 451 (화씨 451): 읽는 것, 아는 것에 대한 투철한 고민 (4) | 2021.04.02 |
[영어시] All the World's a Stage by William Shakespeare (0) | 2021.02.27 |
[영어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알뜰신잡 영상 링크 추가) (0) | 2021.0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