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은 '전략', '파워', 그리고 '유혹'이라는 주제를 과거 역사와 고전을 통해 이야기하는 미국 출신 작가입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돋구는 주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기 위해 유명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들을 세밀하게 파고듭니다. 흔한 얘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며 "이렇게 보는 건 어때?"라고 독자들에게 여운이 진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가 쓴 저서들 중 The 48 Laws of Power는 할리우드에서 특히 큰 반향을 이끌어냈습니다. '
기발하다'와 '비도덕적이다'를 왔다갔다하는 평가였습니다.
제법 두꺼운 두께에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 올 상반기 안에 읽어보고 싶은게 제 목표입니다.
'유혹의 기술' 이 책은 2001년에 발간된 책으로 제법 연식이 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빠가 선물해 주셨는데 (한국어 번역본) 당시 아이돌을 좋아하던 어린 10대였던 제가 잘 소화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 The Art of Seduction이라는 영어 원서를 접하게 되었는데 제목이 흥미로워 앞부분을 열심히 읽다가, 이 책이 바로 그 '유혹의 기술'책 원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Art of Seduction
한국어 번역본: 유혹의 기술
카테고리: 심리학, 인간관계
Amazon.com 별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4.7/5, 리뷰 4,148개
Goodreads 별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4.03/5, 리뷰 19,891개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을 설득하는데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첫번째는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요, 두번째는 감정을 뜻하는 파토스고, 마지막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뜻하는 에토스입니다.
유혹자는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적절한 파토스의 이용을 통해 상대방이 내 말과 내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합니다.
또한 유혹자는 그 사람이 가진 캐릭터로써 강한 에토스를 갖습니다. 그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기에 우리의 온 신경은 그 사람에게 쏠려 있습니다.
유혹자가 항상 탄탄한 로고스를 가지고 있지 못하더라도 파토스와 에토스를 통해, 그는 다른 사람들을 사로잡는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People are constantly trying to influence us, to tell us what to do, and just as often we tune them out, resisting their attempts at persuasion. There is a moment in our lives, however, when we all act differently - when we are in love. We fall under a kind of spell. Our minds are usually preoccupied with our own concerns; now they become filled with thoughts of the loved one. We grow emotional, lose the ability to think straight, act in foolish ways that we would never do otherwise. If this goes on long enough something inside us gives way: we surrender to the will of the loved one, and to our desire to possess them.
사람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바꾸어 말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하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는다. 반면에 우리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하고, 우리를 설득하려는 모든 노력을 거부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질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우리는 마치 마법에 사로잡힌 듯이 행동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일에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온 마음을 가득 채운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변하고,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잃은 채 마치 바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 무엇인가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게끔 사고가 마비되게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의지에 굴복하게 되고, 오직 그를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에 갇히게 된다.
To have such power does not require a total transformation in your character or any kind of physical improvement in your looks. Seduction is a game of psychology, not beauty, and it is within the grasp of any person to become a master at the game. All that is required is that you look at the world differently, through the eyes of a seducer.
성격을 갑작스레 바꾼다고 해서, 또는 외모를 몽땅 뜯어고쳐 미남, 미녀가 된다고 해서 유혹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유혹의 힘은 객관적인 아름다음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심리 게임을 펼쳐나가는 능력에 달려있다. 누구든지 그 게임에 정통하기만 하면 유혹의 힘을 가질 수 있다. 바꾸어 말해 세상을 다르게, 즉 유혹자의 눈으로 보면 된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파트에서 저자는 유혹자를 9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영어 원서와 한국어 번역본에서 나오는 9가지 유형의 순서가 다릅니다. 번역가가 한국인 독자들이 더 좋아할 것 같은 유형을 임의로 앞에 먼저 배치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번역가의 취향? 다른 9가지 유형이라고 해도 원작가가 이 유형들을 특정한 순서로 배치한 이유들도 있을 것 같아서 영어 원서에 나온 원래 순서는 괄호 안에 숫자로 표시했습니다. )
1. 냉담한 나르시시트형 코케트 The Coquette (6)
2. 열정적인 신념가형 카리스마 The Charisma (8)
3. 신비로운 우상형 스타 The Star (9)
4. 요부형 세이렌 The Siren (1)
5. 바람둥이형 레이크 The Rake (2)
6. 헌신적인 연인형 아이디얼 러버 The Ideal Lover (3)
7. 창조적 스타일리스트형 댄디 The Dandy (4)
8. 천진난만형 내추럴 The Natural (5)
9. 능란한 외교가형 차머 The Charmer (7)
두번째 파트에서는 유혹의 24가지 전략과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제 1단계: 관심과 욕망을 자극하라 (Separation - Sirring Interest and Desire)
1. 올바른 대상을 선점하라
2. 상대가 안심하도록 우회적으로 접근하라
3.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라
4. 삼각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라
5. 불안과 불만을 자극해 욕망을 창출하라
6. 암시의 기술을 습득하라
7.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8. 금지된 욕망을 일깨워 유혹하라.
제 2단계: 쾌락과 혼란을 창출하라 (Lead Astray - Creating Pleasure and Confusion)
9.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게 만들라
10. 상상력을 자극하는 유혹의 언어를 구사하라
11. 사소한 것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라
12. 상대에게 당신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라
13. 약한 모습으로 상대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라
14. 완벽한 환상으로 현실을 잊게 만들라
15. 상대를 고립시켜 당신에게 의존하게 만들라
제 3단계; 유혹의 효과를 극대화하라 (The Precipice - Deepening the Effect through Extreme Measures)
16. 당신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라
17. 상대에게 어린 시절의 부모와 자식 역할을 해주라
18. 터부를 깨뜨리는 자유를 맛보게 하라
19. 상대와의 관계를 정신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라
20. 적절한 고통으로 상대의 마음을 장악하라.
제 4단계: 유혹의 결실을 거두어들이라 (Moving in for the Kill)
21. 쫓는 자가 쫓기는 상황을 만들라
22. 성적 매력을 유혹의 수단으로 삼으라.
23. 최후의 일격을 가하라.
24. 유혹에 성공한 후 찾아오는 후유증을 경계하라.
목차만 간단히 읽어봐도 신선하면서 어떤 것은 약간 비도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들이 쏟아져나옵니다. 본래 '유혹'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힘의 쏠림이요, 한 쪽으로 치우친 권력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껄끄럽게 느껴지는 저자의 주장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Big Thought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혹은 특정 인물들만 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누구나 사람의 심리를 알고 공부하면 유혹자가 될 수 있다.
저자의 이러한 의견에 제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유혹이라고 규정할 것이며 유혹을 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 그리고 유혹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그 사이를 나누기에는 선이 매우 모호해 보입니다.
소위 '스타성을 타고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예인들 중에서도 유독 눈이 가는 사람이 있듯이요. '아우라'라고 말하는 것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통해서 얻어지는 것일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관계와 밀치고 끌리는 화학작용을 눈에 보이는 언어로 담기에는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이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며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가,에 대한 심리학에 대한 내용으로 이 책을 이해하면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가 조금은 가벼워 질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이 무겁게 쓰여진 것은 아닙니다. 로버트 그린, 저자가 이해하고 사고한대로 차근 차근 자신의 생각을 펼쳐냅니다. 그의 주장은 절대로 가볍거나 얕은 것이 아닙니다. 많은 역사 공부가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것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싶은 저자의 새로운 시각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은 경험에 비추어보아 '오!'했던 부분을 공유합니다. 무심코 한 행동들, 소박하지만 유쾌한 이벤트들. 여기에 참 많이 공금했어요.
Lofty words and grand gestures can be suspicious: why are you trying so hard to please? The details of a seduction - the subtle gestures, the offhand things you do- are more often charming and revealing. You must learn to distract your victims with a myriad of pleasant little rituals - thoughtful gifts tailored just for them, clothes and adornments designed to please them, gestures that show the time and attention you are paying them. All of their senses are engaged in the details you orchestrate. Create spectacles to dazzle their eyes; mesmerized by what they see, they will not notice what you are really up to. Learn to suggest the proper feelings and moods through details.
지나치게 고상한 말과 근사한 행동은 뭔가 속셈이 있기 때문에 잘 보이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유혹에서는 사소한 부분, 즉 미묘한 몸짓이나 무심코 한 행동들이 더 매력적으로 비칠 때가 많다. 소박하지만 유쾌한 이벤트로 상대가 정신을 차지리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대의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을 준다거나, 상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거나,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달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있다.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는 장면을 연출하라. 상대는 눈 앞의 광경에 정신이 팔려 유혹자의 진짜 속셈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섬세한 분위기 연출과 감정 전달을 통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라.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큰 이유들 중 하나는 나와 굉장히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격이 급한 탓에 누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말을 확 끊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울컥, 치솟는데 책으로 차근 차근 얘기해주면 처음에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우선은 들어볼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또 그렇게 읽다보면 '아하!'하면서 제 머리와 마음속에 시원한 바람이 휙 지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딱딱하고 좁은 제 마음을 부드러운 손길로 한 뼘, 넓혀주는 것만 같아요.
이 책도 그런 책이었습니다. 몇몇 부분은 깔깔거리면서 읽기도 했습니다. 좀 긴 책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로버트 그린의 다른 저서들도 슬슬 궁금해집니다. 제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좋은 대화상대(저자로써)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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