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시간으로 오늘 아침, 미국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
영화 미나리에 출연하신 배우 윤여정님께서 세계적인 영화제 중 하나인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셨다는 뉴스였어요!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 예능을 통해 최근 몇년간 대중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오신 윤여정 배우님이시지만 배우의 진가는 본업이자 아이덴티티인 연기에서 찾는 것이 으례 당연한 일일 터. 70대의 적지 않으신 나이에 세계 각국의 여러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그 콧대높은 미국의 유명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로 상을 받으셨다는 사실이 참 멋졌어요.
인터넷의 발달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은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것을 통한 효과 - 이같은 경우, 국경 없는 문화의 공유 - 는 점점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것 같아 보입니다. BTS가 한국 노래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것도 신기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좋은 콘텐츠가 외국에 자연스럽게 수출되고 그로 인한 세계적인 파급력을 목격하는 것은 이제 점점 당연한 일이 될 것 같아 보이니 말입니다 :)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크다고 할 수 없는 반도의 땅의 대한민국이지만 그 안에서 반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유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한국인들이 공유하는 공통분모, '한국적인 것'은 어떤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 사는 날 보다 외국에 산 날들이 더 길어진 저이지만,
죽을 때 까지 제 안에 있는 한국인의 색채는, 비록 옅어질 지언정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꺼라 생각해요.
여러 민족들이 모여사는 북미에서, 한국인들만의 이야기,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한국인만 할 수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집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이웃님과 둘만의 작은 소모임 겸 북클럽을 만들었습니다.
작아서 더욱 재미있는 그 모임에서 스타트를 끊은 책이 바로 이 책, 1.5세 한인 출신 이민진 작가가 쓴 Free Food for Millionaires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입니다.
Free Food for Millionaires
저자: Min Jin Lee, (한국계) 미국
소설, 자전적소설
아마존 평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리뷰수 804개, 별점 4.3/5
굿리즈 평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리뷰수: 14,626개 별점 3.75/5
Originally published: July 2nd, 2007
이민진 작가에 대한 짧은 소개글은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읽으실 수 있어요:
2021.04.16 - 오바마의 추천, 화제작 영어 소설 '파친코'의 저자, 1.5세 한인 이민자 출신 작가 이민진(Min Jin Lee)
이름만 대면 아는 미국의 명문대학교를 나와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을 가지고 난 후, 얼마되지 않아 건강상의 이유와 과도한 업무 시간으로 전업 작가로 커리어를 전향했을 때 가족들의 우려섞인 반대가 제법 있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가신 이민진 작가의 부모님의 사고방식은 아마 오늘날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요.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쓰는 경향은 그러한 한국 문화의 약점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이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 소녀의 아버지에게서 그러한 부분이 크게 부각되는데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책이 자전적 소설인 만큼 혹시 이민진 작가도 부모님의 그런 부분에서 크게 갈등을 겪은게 아닌가 추측하게 되더라구요.
한인 이민자 1.5세로 판이하게 다른 두 문화 사이에서 겪은 날 것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과 갈등들을 꾸밈없이 풀어낸 소설설입니다.
일그러진 가부장주의, Dysfunctional Family
주인공 Casey Han의 가정은 일그러진 가부장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녹록치 못한 어린생활을 지낸 Casey Han의 아버지 Joseph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자식의 성공에서 찾습니다. 그가 자녀들에게 바라는 정의하는 성공은 단순합니다: 좋은 대학에 나와 좋은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버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직업을 갖는 것. 이렇기에 딸들이 명문대에 들어가고 그 곳에서 고생하며 공부하며 수고했던 것에 대한 격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딸들의 이야기하는 하소연은 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불효일 뿐입니다. 아이비리그 출신 대학교를 졸업한 딸의 졸업 후 으례 겪는 작은 방황에도 그는 본인의 고생담을 늘어놓으며 딸을 무시하고 깎아내립니다. 이해하고 공감해주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아버지라는 수직적 관계의 자리를 통해 딸을 억누르기 위해서 무력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Casey의 동생 Tina가 의학 전문대학원에 졸업한 뒤,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외과 의사가 아닌 연구직에 가까운 과목으로 일하고 싶다 했을때에도 Joseph의 반응은 동일했습니다. Casey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순종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는 Tina에게는 Casey처럼 폭력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너가 외과 의사가 될 것이라고 말해두었단 말이다!"라며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일그러진 가부장주의.
딱딱한 수직관계.
자식들의 편에 서서 듬직한 버팀목이 되어주기 보다는 마치 그들은 자신의 뜻대로 가주어야만 하는 존재들로 대하는 태도.
과거에 더욱 만연했고 지금도 없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이런 비정상적인 부모-자식간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 내내 Joseph은 독자들의 공감보다는 야유를 부르는 행동들을 이어나갑니다.
작가가 Joseph을 이렇게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묘사한 것은 혹시 그녀의 개인적인 경험 혹은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가부장주의 가정의 모습에서 비롯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허구적인 장치를 사용하는 '소설'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에 단순히 이 한장면만 보고서는 '이럴 것이다'라고 결론을 짓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매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민진 작가가 느낀 답답함과 슬픔을 이렇게 풀어낸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같은 한국인을 차별하는 한국인
당연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민 사회 내에서 유독 같은 한국인을 무시하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다른 인종 사람들에게 지는 것에 대해선 '그럴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다른 인종 사람들이 잘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순수한 인정과 축하, 존경의 박수를 쳐주지만, 같은 한국출신의 사람이 자기보다 잘 나가는 것은 인정하지 못하고 어떻게해서든 흠집을 내려 까내리려 하는 microaggression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개개인으로 보면 참 똑똑한데 밖으로 나가면 (해외에 나가면) 참 잘 안뭉친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부터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자란 탓일까요...🤔
이러한 모습은 이 책에서도 여실없이 드러납니다.
Casey의 친구 Ella와 결혼한 Ted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하는데 실패한 Casey를 대하는 Ted의 마음에서 명확한 이중잣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돕는 척, 뒤에서는 교묘히 그녀를 무시하고 까내리는 모습에서 제 개인적으로 겪었던 몇몇 한국 분들의 얼굴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던 것 같아요.
Joseph 역시 이러한 모습에 한 몫 합니다 (Joseph은 참...좋은 모습으로 나오기가 매우 힘듭니다 ^^;)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과 결혼한 사람을 저급하게 보는 인종차별자 적인 모습을 숨기려고 하지 않지요.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백인들의 사회를 동경하고 그들의 무리에 속하고 싶어하기에 그들이 우리들을 같은 선상에서 사람대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면 굉장히 발끈하고 억울해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속에서도 백인들을 은근히 무시하고 깔보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책장을 덮고 제 마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내 마음속에는 이렇게 이기적이고 옹졸하며 악한 마음이 없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어요.
이중잣대, prejudice.
가령 특정 나라 출신의 사람들것이 아닌 (more or less!) 모든 사람이 가진 더러운 마음의 찌꺼기겠지요.
'차별'이라는 관념에 있어서 정해진 가해자와 피해자는 없다는 것.
이민진 작가는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진한 성적 요소에 놀라다
성행위가 자세히 묘사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지만 이야이가 진행되는 내내 '성관계'는 많은 에피소드를 끌고 나가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라고 판단을 내리는 것들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성적인 요소가 진하게 -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과도하게 - 베어있길래 문득 문득 놀라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각각 등장인물들에게 부여된 캐릭터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동일하게 간다는 것인데 가장 '순수하다'라고 생각되는 두 인물들 역시 부도덕한 성적 요소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한 들, 팔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 책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이니 대중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성적인 요소를 넣어 상업적인 성공을 꿰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라고 예상해봅니다. 또한, 이렇게 '성'적인 이야기가 곳곳에 들어가 있는 것은 동양인은 성향도 성적으로도 매우 보수적이며 순종적이다라는 yellow fever와 같은 미국내의 스테레오타입을 정면으로 깨부시려는 시도일 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그러나 뒷맛은 아쉽다.
개인적인 성향이며 취향인데요, 저는 소위 말하는 조금 어려운(?) 것들의 책을 좋아합니다.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지 않더라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들의 책을 좋아해요.
이 책은 그러한 생각의 깊이를 늘려주는 책이라기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재미에만 치우친 통속적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머리를 댕댕 울리는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문학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얕은 구석이 있어요.
6백 페이지정도의 두꺼운 책이지만 이민진 작가의 유려한 글솜씨로 페이지는 술술 잘 넘어갑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마음속에 "So what?"이라는 물음표가 뜨는 건 참 아쉬웠습니다.
2021.04.24 - 영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에서 읽히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글 소설 (박완서, 한강, 고은, 최연)
2021.04.19 - 은밀해서 더 궁금한 성에 대한 이야기. 성을 다룬 '야한' 서양 고전 문학 소개
2021.04.10 - [영어원서리뷰] The Power of Habit: 큰 변화를 위한 첫걸음, 습관
'영어책 서재: Non-fic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어원서리뷰, 서평] This is the Voice: 당신의 목소리에 담긴 짜릿한 비밀 (6) | 2021.05.14 |
---|---|
[영어원서리뷰, 서평] A World Without Email: 똑똑한 직장생활을 위한 잔소리! "당신,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 맞아요?" (0) | 2021.05.14 |
[영어원서리뷰, 서평] Willpower: '노오력'을 말하는 세상, 정말 제대로 노력 한 번 해볼래? (2) | 2021.04.24 |
[영어원서리뷰, 서평] The Power of Habit: 큰 변화를 위한 첫걸음, 습관 (0) | 2021.04.11 |
[영어원서리뷰, 서평] Better Decisions, Fewer Regrets: 영어원서 추천! 나은 인생을 위한 다섯가지 질문 (12) | 2021.04.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