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 정도가 되는 작긴 하지만 사이즈에 비해 제법 탄탄한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툭툭 던지는 아이디어들이 참 좋아 그들과 함께 열 띈 회의를 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으쌰으쌰했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달랐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번아웃'이었습니다.
개개인은 각자의 특기가 분명한 인재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통솔해야 했던 프로젝트매니저의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더 나아가자면 그 프로젝트매니저의 에로사항을 적극 해결해주지 못한 대표의 문제가 있었구요.
번아웃의 뿌리에는 온전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장애물들이 있었습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슬랙 메시지창, 두서나 설명 없이 떠넘기기 식으로 처리되던 프로젝트 매니징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내 마이 페이지, 조금이라도 집중할라 치면 어깨를 툭툭 치며 이것부터 하라고 갑자기 불쑥 다른 일을 주던 매니저들.
밥 먹을 때 빼고는 꼼짝도 안하고 일을 하는데 성과는 많지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했다는 허탈감과 좌절감, 그리고 종종 퇴근후에도 계속 봤어야 했던 채팅창. 이러한 것들이 쌓여 만드는 스트레스를, 우리는 퇴근 뒤 같이 하는 저녁식사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풀려고 했지만 이는 상처에 반창고만 붙이는 겪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다들 지쳐갔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회사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이 책에서 짧게 짧게 언급된 여러가지 strategies들의 일부는 시도는 조금은 해봤었던 것 같은데, 원론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부족한 탓에 효과는 없었어요.
A World Without Email
테크놀로지, IT, 비즈니스, 경영, 자기개발, 자기계발
아마존 평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리뷰수 422개, 별점 4.5/5
굿리즈 평점 (포스트 작성일 기준): 리뷰수: 993개 별점 4.10/5
Originally published: March 2nd, 2021
좋은 독서는 단언코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배움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연구한 것들을 보기 좋고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기록한 것들을 적은 돈으로 얻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모든 책들이 이러한 넘사벽 가성비의 가치를 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피하는 책의 한 종류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듯 보이나 현실감각은 매우 떨어진 주장들을 하는 것들이에요. 그러한 것들은 보통 작가의 좁은 식견에서 비롯된 특정한 조건이 완벽하게 만족하는 상황속에서만 타당한 경우가 많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우리의 예상이나 계획과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변수'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다수의 조건들이 모두 다 성립이 되어야만 실현가능한 이론들은 결론적으로 말하면 '탁상공론'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오늘날의 많은 직장생활에 있어서 디폴트값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시하면서도 그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까지도 제안합니다. 책장을 넘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 책이 쓰여지고 출판되기까지, 수년간 저자가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실험까지도 해 본 땀방울들을 쉽게 느낄 수 있었어요. 대학교의 교수로, 연구원으로, 그리고 각종 다양한 인터뷰와 강연들의 스케쥴까지 소화하고 있는 저자에게 일의 효율성이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었기에 예리한 시선으로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복잡하지 않은 대안책들까지 제시할 수 있지 않았나, 추측해요.
일에 있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workflow와 work execution부터 정확히 구분하는데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식견에 무릎을 탁, 하고 쳤습니다.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시징과 같은 도구들은 work execution을 위한 workflow에 해당되는 것에 불과한데, 정말 많은 직장인들의 경우 이 두가지의 개념 사이의 구분선이 흐려져 마치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즉각적인 대답을 제시해야 하고 인스턴트 메시징 앱에 계속해서 매달려 있는 것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있(었)음을 고백하는 바 이구요.
하나의 커다란 미션으로 모인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결과물로 미션을 달성하는 것은 당연히 가장 최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일보다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본질적으로는 옳은 이 말을 크게 잘못 해석하여 생산하는 아웃풋의 퀄리티를 낮추면서까지 다른 이들의 눈치를 과도하게 살펴보고 당장의 편의를 맞춰주는 것이 필요 이상으로 강조된 잘못된 모습을 띄고 있는 직장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특수부대 Navy SEAL 출신인 저자 두명이 쓴 책, "Extreme Ownership"에서 나온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커다란 대의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 본질적인 직장의 아이덴티티가 되어야 하며 모든 시스템은 이를 위해 계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양가 없는 이메일, (정작 일과는 크게 상관없는 메시지들도 다수 포함하여) 계속해서 울리는 인스턴트 메시징 앱. 그 공해 가운데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산출해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2021.03.06 - [영어원서리뷰, 서평] Extreme Ownership: 네이비씰이 말하는 리더의 자격
[영어원서리뷰, 서평] Extreme Ownership: 네이비씰이 말하는 리더의 자격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는 책들은 참 많습니다. 동시에 "리더십"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사람들의 꺼지지 않는 꾸준한 관심을 받는 토픽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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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상태의 "hyperactive hive mind"를 날카롭게 경계하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이뤄저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는 멀티태스킹과 양질의 결과물 산출은 같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방해요소들을 차단하는 일종의 '장애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이 세운 4가지의 principles을 소개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이러한 것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지켜지지 않는지 생각해보면 너털웃음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저 또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안에 갇혀서 오랫동안 헤매이고 힘들어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참 많이 아쉬웠고요.
정신적 지식 노동이 주가 되는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면 특히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볼 만한 화두를 던지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직장생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내가 지금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앞으로도 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눈감고 귀막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의 양만 늘리는 바보같은 실수는 이제 그만.
행복한 직장생활은 '똑똑하게' 일을 하는 데 달려있습니다.
(+) 이 책은 북디자인이 너무 예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ㅠ.ㅠ
논픽션북은 픽션북보다 북디자인에 일반적으로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은데 이 책의 커버디자인은 너무 심플하다 못해 옛날책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슬로우 리딩 게시판에서도 이 책을 소개했었습니다. 관련 포스트를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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