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입니다 😆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예상치 못한 변화도 찾아오면서 바빠진 일상에 블로그에 뜸하게 되었어요 😢
아주 작고 어린 블로그라지만 인터넷의 바다에 제 작은 족적을 남기는 일이 이 블로그라면, 그 족적을 조금이나마 예쁘고 의미있게 남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짝 살짝씩 생각도 해보았어요.
벌써 2021년의 중순을 지나 8월입니다. 도쿄에서는 1년 연기된 2020 하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어요.
양궁의 김우진 선수가 개인전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자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답한 인터뷰 내용을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기자: 충격적인 결과다
김우진 선수: 이게 충격인가? 하하, 스포츠는 결과가 정해져있지 않다. 언제나 바뀌고, 그래서 열광할 수 있는 대상이다. 충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준비해 온 것을 전부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기분은 좋다.
기자: 마지막 세트 8점은 어떻게 된 건가?
김우진 선수: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내가 쏜 거다. 8점을. 누군가가 쏜 게 아니다. 활시위를 당겨 내가 쏜 화살이고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잘못 쏜 거다.
김우진 선수에게 던진 짧은 질문들 안에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탈락한 것은 '충격'이며 8점을 맞힌 화살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는 스탠스를 확실히 취하고 접근한 기자에게서 묘하게 '내가 상대보다 위에 있다는 것에서 오는 우월감'이 풍겨왔습니다. 동시에 상대방의 그러한 접근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김우진 선수를 보면서 중심이 바로 서있다는 인상에 감탄을 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던지는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에 나의 반응과 행동과 생각이 영향을 받는 것(priming)이란 얼마나 흔한 일인지요. 그러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은 단단한 뿌리를 가진 사람 만이 할 수 있을테구요. 제 뿌리는 깊은지, 단단한지, 강한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블로그 활동이 뜸했던 지난 두어달간 읽은 책들중에서 좋았던 것들을 모은 추천 영어원서 리스트입니다.
3권의 좋았던 책, 2권의 그냥 그랬던 책, 그리고 보너스 책 1권까지 총 6권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심리학, 역사, 철학, 비즈니스 등의 주제들과 관련된 논픽션을 주로 읽습니다. 픽션은 문학, 역사 소설을 좋아해요.
아래의 리스트에는 처음 읽은 책도 있지만 재독한 책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추천 영어 원서 책 3권 (순서는 무순)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by Stephen R. Covey
1989년에 처음 발간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입니다. 여러번의 개정판을 통해 조금씩 내용이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오디오북 Scribd를 통해 읽었어요. 제가 책으로 가지고 있는 것과 오디오북의 내용이 (다른 개정판으로 인해 수정된 내용으로 인해) 약간은 달랐지만 큰 줄기는 변함이 없으니 저자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영어 오디오북을 이용하면 운동할 때나 운전할 때 소소한 집안일을 할 때나 아니면 책을 읽고 싶지만 눈이 너무 피곤할 때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발음교정도 되고요. 아마존의 Audible을 이용하다가 너무 비싸다는 느낌에 Scribd으로 옮겨갔는데 넷플릭스처럼 소정의 월정액만 내면 무한정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혹시 한 번 사용해 보실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제 레퍼런스 코드가 있어요. 그걸 통해서 가입하시면 2달이 무료이니 결제하시기 전에 먼저 써보시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2021.04.26 - 영어 원서 오디오북계의 넷플릭스 Scribd + 추천 영어 원서 오디오북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워낙에 유명한 내용이라 인터넷에 검색만 해보아도 줄거리를 쉽게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렇게 넘기기에는 직접 읽어보면 훨씬 좋을 깊이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저자의 솔직한 경험과 고민들을 7가지의 문장으로 축약해서 나온 것이 7가지의 습관이지만 간단히 읽고 넘기기에는 의외의 곳(?)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생각의 샘들을 많이 발견했거든요.
참,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코비가 인생의 말년에 파산했다는 것을 들으셨을 거에요. 미디어에서 "파산한 사람이 쓴 책이니 이 책이 좋을 리 없다"라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보았었는데요, 그러한 주장의 논리가 어떻게 파생되었는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선을 그어버리는 것은 최소 이 책에서만큼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의 작가의 인생에 그 작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좋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작가의 책이 더욱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내용일 경우 그 책의 타당성과 유효성은 시험대에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책에서는 분명히 이렇게 하면 성공한 인생을 산다고 했는데 작가는 성공한 인생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인생을 살고 있으니 그 책은 잘못된 것일 수 밖에 없다'라는 논법은 맞는 듯 들리지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중간 중간 갈라진 틈(cracks)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 어느 작가가 '빌린 돈을 갚지 마라'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썼는데 후에 뉴스에서 나오기를 정말 그 작가는 억대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구속되었다고 전해졌지요. 이러한 경우를 예시로 삼아 '그 작가의 인생을 보고 그 책을 골라야 한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지만, 이 교훈을 모든 케이스에 적용하기 전에 소위 '상식'이라고 말하는 도덕성과 윤리성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일곱가지 교훈은 높은 도덕적, 윤리적 의식을 바탕으로 합니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reactive 상태를 넘어 큰 그림을 보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proactive한 시선을 제공합니다. 스티븐 코비,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 책에 군데 군데 녹아져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교훈은 높은 보편적인 성향을 띄는 것들로 '반드시 코비가 말해야만 성립될 수 있는' 특수성과는 사실상 반대의 선에 위치해있다고 볼 수 있어요.
스티븐 코비의 파산은 참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스티븐 코비가 이 책에 나온 7가지 레슨을 다 지켰는데도 그렇게 파산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7가지의 교훈은 우리가 살면서 알면 좋은 여러 유익한 교훈들 중 일부인 일곱가지 교훈이지 '단 한번의 실패도 없는 성공한 삶을 보증하는' 푯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보증을 할 수 있는 교훈이 어디있겠어요. 그런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사기이지요.)
게다가 그렇잖아요, 불행은 내가 백퍼센트 잘했어도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스티븐 코비의 파산의 세세한 내용들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이 책의 내용을 쉽게 폄하해 버리기에는 위험하리만큼 단순하고 단면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이 책을 읽을 당시, 저는 4번째 레슨인 'Think Win-Win'이 특히나 가슴에 콕,하고 박혔던 것 같아요.
오늘날의 문화가 우리 모두가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알게 모르게 무척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The Bluest Eye by Toni Morrison
형식적으로 말하자면
누구나 스케치북과 연필만 있으면 그릴 수 있는게 그림이고
누구나 종이와 펜만 있으면 쓸 수 있는게 글이라지만
정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 어느정도는 있어야 한다, 라는 것을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들을 만날 때는 가슴이 둥둥, 울리는 것 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모든 모래가 진주가 될 수는 없으며 진주의 가능성을 가진 모래라 하더라도 정말 진주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견뎌야 했을테니, 천부적인 재능과 그 위의 오랜 시간동안 갈고 닦은 '칼날'이 더해져 나온 작품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레벨에 있는 느낌이거든요.
이 책이 그랬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 작가가 첫번째로 쓴 소설인데요, 첫 챕터를 반정도 읽었을 때 '와, 이 사람 뭐야?'라면서 챗 뒷장에 있는 작가의 얼굴을 다시 쳐다봤었어요.
기억을 곰곰히 떠올려보면 대학교 시절 한동안 소설책만 열심히 읽을 때 토니 모리슨의 책도 몇 권 읽었었는데, 너무 빨리 읽었던 탓인지 아니면 이 책의 내용을 appreciate 하기에는 제가 많이 미성숙 했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거의 새롭게 읽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토니 모리슨의 작품들은 그 세계관이 굉장히 확실한 편입니다. 마가렛 앳우드(Margaret Atwood)가 여성의 탄압에 대해 집중해서 쓰는 작가라면 토니 모리슨은 흑인 차별이 그녀의 문학관에 큰 줄기를 이룹니다. 흑인이면서 여성인 그녀가 두 가지의 '마이너리티'에서 오는 여러가지 경험들을 진득하게 녹여낸 그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문체를 자랑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참 어려운, 가슴이 메이고 화도 나고 답답해서 기가 쏙 빨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합니다.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은 분명 잘못된 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이에 대한 태도가 지나쳐 너무 편향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고 하는 비판도 있고요.
'흑인'에 대한 소설인 만큼 흑인이 아닌 동양인으로써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이런가?' 싶은 장면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충격으로 다가오는 장면도 많았고 너무 황당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소설 내 인물들의 서사도 있었구요. 이 책이 역사책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그러나 허구의 사실을 그린 '소설'이라는 것을 기억할 때 백인도 흑인도 아닌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역사적 사실'과 '특수적이고 주관적인 경험', 이 두가지 사이에 어떻게 선을 그을 것인가, 그을 수는 있는가, 에 대한 물음표가 여러번, 두둥실 떠올랐었어요. 하나 확실하게 느낀 것은 토니 모리슨 작가는 흑인 여성 작가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말 현명하게 사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외부의 문제(인종차별)과 내부의 문제(여성차별, 흑인 커뮤니티 내의 문제)를 덤덤한 어조로 서사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아이덴티티 때문이었겠지요. 아무리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한국에서 한국인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한국인이 아니라면 한국인만이 느끼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고 그것을 풀어내는데에는 불가피한 운명적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처럼요.
토니 모리슨 작가의 필력을 조금이라도 닮고 싶어서 다시금 천천히 읽고 싶은 책이에요.
The Content Trap by Bharat Anand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인데 서론을 재미있게 읽어서 결국엔 구입해서 읽은 비즈니스 관련 책입니다.
Bharat Anand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교수가 쓴 책인데 지금 당장 내 사업이 있는 것은 아닌 (저같은) 일반 직장인이 읽어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는 책입니다. 인사이트가 훌륭해요. 출발지 A에서 B까지 가는데 직선이 무조건 항상 가장 빠른 길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내가 생각하는 그 '직선'이 사실은 직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사이트가 퐁퐁 터지는 느낌이었어요.
베이비부머 시대의 부의 창출은 캐피털이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선 IT와 컨텐츠 창출을 빼고는 말할 순 없겠죠. 부의 성격이 확실히 전세대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띄고 있어요.
유튜브 등으로 인해 셀 수 없이 다양한 컨텐츠가 초단위로 쏟아져나오는 오늘날에, 정말 '컨텐츠 창출'에 있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을 잘 경영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시선으로 컨텐츠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힌트를 제공해요. 글, 음악, 미술, 무대 예술 등이 모두 무형 지적재산권이므로 크게 봐서 '컨텐츠'라는 항목에 포함되는데 이 컨텐츠라는 이해가 때때로는 깊지 않아서 함정에 빠지게 되는 케이스들을 짚어봅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그냥 그랬던 책
The Great Gatsby by F. Scott Fitzgerald
동명의 제목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한 영화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작품입니다. Jazz Age라고 불리는 1920-1930년대의 미국 뉴욕, 롱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짧고 미국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 고등학교의 영어시간에 많이 읽히는 책들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21.03.15 - 미국/캐나다 고등학생들이 읽는 필수 서양 고전 문학들
2021.06.11 - 비교적 얇고 짧은 고전 클래식 소설을 찾으시나요? 그럼 여기 주목!
이 소설이 많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세계2차대전이 발발하고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들을 위해 미국 정부에서 군용서적(Armed Services Editions books)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책의 길이도 짧거니와 화려했던 부자의 처참한 몰락을 담고 있는 줄거리가 타지에서 전장속을 누비는 젊은이들에게 묘한 위로를 전달해주며 인기를 타게 되었다고요. 그 전까지는 그렇게 큰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했었다고 하니, 사실 우리가 말하는 '성공'의 공식에서 극적인 타이밍은 무척이나 드라마틱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소설이라고 하지만 저한테는 큰 감흥이 없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의 첫문을 여는 초반부는 흥미진진했으나 뒤로 가면서 텐션이 떨어지면서 몇 번이나 책장을 덮었었거든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토니 모리슨과 같은 작가가 탄탄한 필력으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면 이 작가의 writing은 그저 그런 중간정도의 수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설의 줄거리 역시 처음부터 쉽게 예견할 수 있는 결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The Giver by Lois Lowry
이 책 역시 미국과 캐나다의 고등학교에서 많이 읽히는 책입니다. 1994년 뉴베리 메달(Newbery Medal)을 수상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덜트 소설(Young Adult Fiction)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요. 종말 뒤의 세계를 그리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성격을 띄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라인과 등장인물들의 서사 그리고 심리묘사가 촘촘하지 못하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조지 오웰의 명작 1984와 동물농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는 디스토피아 설정을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 세계상을 냉철하게 꼬집었습니다. 꼭 이렇게 정치적 혹은 사회적인 문제점을 꼬집지 않더라도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는 책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숨죽이게 하는 섬세하고 촘촘하면서 탄탄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지요. 그러한 의미로 더 기버는 어떠한 상징성이나 긴급성도 결여되어 있으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도 느슨한 부분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기대한 만큼 썩 좋지는 않아서 실망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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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영어덜트 소설은 많이 읽어본 경험이 없기에 너무 높은(?) 기준을 들이대었나 싶다가도 영어덜트라도 좋은 작품에서 통용되는 가치들은 동등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차라리 결론이라도 좀 여운이 길었다면 좋았을텐데 결말 역시 힘이 탁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Bonus! 크리스챤이라면 추천, 아름다운 희망과 회복의 전주곡
One Light Still Shines by Marie Monville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산책을 할 만한 거리에 Little Free Library가 있습니다. Little Free Library는 북미의 비영리 단체로 자신의 집 앞에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조그마한 문고를 만들어 이웃들과 책을 공유하는 자발적 시스템을 뜻해요.
주택가를 지나가다 보면 길가에 다양한 모양의 미니 문고를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이 Little Free Library입니다. 누구나 책을 기증할 수 있고 원하는 책은 가져갈 수 있어요. 공식 웹사이트에 신청을 해 놓은뒤 자신의 문고는 집주인이 스스로 만드는 것인데 덕분에 종종 창의적인 모양의 문고를 만나보기도 해요.
이런 Little Free Library가 집 근처에 있는 덕분에 더 이상 읽지 않거나 필요 없는 책이 있으면 그 곳에 들러 내려놓곤 합니다. 누군가의 필요한 손에 들어가 즐거움과 영혼의 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 날도 미리 챙겨놓은 세 권의 책을 이 곳에 내려놓았는데 이 책이 보였어요 One Light Still Shines. 평소 괜찮은 크리스챤 도서 출판사라고 생각해왔던 Zondervan에서 나온 책이라 한 번 읽어보자, 하면서 그렇게 데려온 책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배우자가 어린 아이 세명을 남겨놓은 채 하루 아침에 살인자가 된다면, 그것도 한명이 아닌 여러명의 어린 아이들의 목숨을 빼앗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과연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많은 신앙인들이 씨름하는 문제들 중 하나가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라는데 왜 우리에게 불공평한 고통을 허락하시는 건가? 그리고 나의 미래를 알고 계시다는 그 분이 어찌하여 그러한 고통이 내 앞길에 오는 것을 미리 막아주시지 않는가?"에 관련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었기에 사건 가해자의 아내인 이 책의 작가 역시 초창기에는 공범은 아닌지, 미리 남편에게 보이는 징후들은 없었는지 등에 관한 면밀한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내 자신에게도 매우 충격적이었던 이 사건에 더해 남편이 자신도 모르게 오랫동안 범죄를 계획해왔다는 것을 알고 더 깊은 절망의 수렁에 빠지지요.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챤 가정(Amish)에서 태어난 평범하고 착실한 크리스챤이었습니다. 사건 당일날 아침에도 성경공부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지요. 신을 믿는 좋은 크리스챤이라면 일어나서는 안되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끔찍한 일이 왜 일어났어야만 했던 것인지, 거기에서부터 우리의 얄팍한 논리는 삐걱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은 신의 존재론, 선과 악에 대한 철학적, 신학적 내용을 다루는 책이 아닙니다. 끔찍한 사건의 정가운데에 서서 폭풍우를 지나온 한 여성이 자신이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기록하며 서술할 뿐입니다.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라지만 가해자의 사이드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자신의 전남편의 과오를 감정선을 건들여 정당화 한다던가 '나는 크리스천이니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해'라는 잘못된 계층적 사고의 위선적인 모습(둘 다 개인적으로 특히 매우 경계하고 싫어합니다)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굉장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솔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갔습니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이기에 평생 다시는 일부러 꺼내어 들춰보고 기억하려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자연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통해 그녀는 그 폭풍이 치기 전에도 그 과정에서도 그리고 그 후에서도 늘 자신과 함께해주신 Presence of God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너무나도 괴로우면서 너무나도 가슴 뻐끈한 희망의 이야기. 작년에 읽은 The Way of Letting Go와 같이 유명하진 않아도 참 보석과 같은 책이구나, 싶었어요.
2020.12.09 - [영어원서리뷰, 서평] The Way of Letting Go: 학교에 다녀오겠다던 딸이 죽었다. 말콤 글래드웰 추천
코로나의 꼬리가 상당히 기네요.
제 블로그에 오시는 모든 분들, 어디에 계시던 간에 항상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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